2006년 07월 05일
제주) 갈치와 고등어
제주는 맥이 좀 풀린 듯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바람도 힘이 없고, 눈빛들도 예전만 못한 느낌...... 이것, 저만 느낀 것일까요? 이런저런 직접, 간접 요인들이 한꺼번에 뒤엉긴 결과이기는 하겠지만, 안그래도 어렵다는 경기 때문에 죽을 지경인데다, 그 여파 가차없이 미치고보니, "바쁨"이 사라진 적막함 조차 느껴질 정도, ... 저 만의 느낌이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발 디딜 틈 없는 택시의 인산인해, 제주 국제공항도 그래서 오늘은 더 달라 보입니다. 그 인산인해가 쉬임없이 손님 태우고 떠나는 꼬리물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을 쳐다본 느낌, 스쳐가는 짧은 단상이었지요.
대구에서 비행기를 탈 때 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제주 맛집 중 하나, <제주갈치와 고등어>(064-749-1212)는 공항에서 싱겁도록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대구의 그랜드호텔보다도 덩치가 훨씬 더 커보이는 제주 그랜드호텔 옆, 그곳이 제주시 연동이라는 곳인데, 신라면세점 앞에서 택시를 내려 길을 건너면 맥심호텔이 보이고, 거기서부터 이어지는 골목을 똑바로보면 오른쪽으로 파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 제가 갔었던 12월초에는 확장이전(?)을 위한 공사중이었었는데, 아마도 지금은 공사를 끝내고 옮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간판 끼고 한번 더 골목으로 돌아서면 갈치와 고등어 조그만 집 한채 나타납니다.
한 템포 먼저 차려진 반찬들이 먹음직해서 이것저것 손 대 보았습니다. 도톰하게 구워 낸 제주 흙돼지 삼겹살, 멸치 풋고추볶음, 김치, 호박무침, 오이소박이, 그리고 작은 접시에 김치전 한 점 놓여졌습니다.
자자한 명성 그대로 돼지삼겹살은 훌륭했습니다. 쫀득쫀득하고 구수하고 찰진 느낌이 그대로 전해질 만큼 맛있더군요. 아~ 이게 바로 그맛이었군 ! 싶었습니다. 또 한 작품 입맛을 놀라게 했던 것은 김치전입니다. (사진에서 보면 밥 바로 뒤에 있는 것이 김치전)
"무엇으로 이런 맛을... ?" 감탄사 흘러나올 만큼 김치전은 별미였습니다. 배도 부르고 한데 그냥 맛이나 보아야지... 하고 한 젓가락 떼어 먹다가, 야금야금 게눈 감추듯 싹싹 먹어치운 매력 만점 ! '전의 백미다...' 그런 점수를 주저없이 주고 싶은...^^ 신김치와 신김치국물의 여운을 그대로 전 속에 자작하게 살려낸 맛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싶더군요.
실내는 아담했습니다. 수더분한 실내 평범한 식탁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1시가 다 돼 가던 시간인데 의외로 사람들이 거의 없더군요. 이번에 제주 갔을 때 느낀 일반적인 현상 다름 아니었습니다.
피곤했던 일정... 무너지듯 주저앉아 냉수 한잔 마시면서 메뉴판 들여다 보았습니다. (삶은 어느 경우건 결국은 "선택"이라는 사실에 부딛치고 만다는...^^) 머릿 속을 어지럽히는 매력있는 메뉴들이 줄줄이 적혀있습니다. 제주에서 늘상 만나는 대표선수 갈치를 접어두고, 고등어정식(1인분 10,000원)으로 마음 기울입니다.
갈치구이(25,000원)... 음~~~ 생각만 해도 고소함이 풀풀 날리는...^^ 명물 메뉴 하나를 "다음 기회로..." 접어둡니다. 방 안은 단촐하고 꾸밈없었습니다. 눈에 띄는 작품 하나 있다면, 2003년 12월 12일 방송에 나왔던 장면, 커다란 스틸 컷 몇 장을 액자에 넣어 입구에 걸어놓았는데, 하도 흔하게 보는 풍경이라 별 느낌은 없었지만, 워낙 구경할 만한 무엇이 없었으므로, 오랜만에 찬찬히 감상해 보았습니다. 맛에 대한 기대감도 덕분에 조금 더 올라가고...^^
고등어 한마리를 반으로 갈라 거기다 칼집을 "깊게" 넣은 후, 너댓조각으로 구워낸 고등어구이는 눈맛부터 반하게 하는 그림...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먹어봐야 맛을 알지 !^^ 정말 먹어봐야 맛을 알지... 여기다 쓰는구나 싶은 맛이라고나 할까요 ? 부드럽고 훈훈하게 살점 굳지 않도록 구워낸 고등어구이, 그냥 먹어도 하나도 안짭니다.
적지 않은 양 중자 크기 고등어 한마리를 쪽쪽 빨아먹고서도 조금 아쉬움 남는...! 블로그에다 열심히 스크랩하면서 심심치 않게 소개되는 것 본 적도 있고, 다녀온 분들의 후일담도 넉넉했던 집이라서 나름대로 기대를 안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치 빗나감 없이 꽉 찬 맛 느껴져서 참 반가왔었습니다. "선택의 기쁨"이라고나 할까요 ?^^
작년 이맘 때 쯤 왔을 때는 찬 바닷바람 제법 쌀쌀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지도 못했는데, 이날은 아늑한 날씨 하루종일 순풍 그대로 였습니다. 점심 때 배부르면 꼭 풍선 터질듯이 불어놓은 것 같아서 덜 유쾌한데도, 그냥 참을만 하다 싶게... 한상 싹싹 비운 느낌 괜찮았습니다.^^ 느낌이 좋은... 제주의 첫날이었습니다 ! |
# by | 2006/07/05 18:56 | 맛집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